한국 의료선교 선구자 ‘하워드 마펫’ 한국땅에 잠들다2013.09.25 15:01
마펫 선교사의 유해는 부인 마가렛 마펫(Margaret D. Moffett)의 유해와 함께 25일 오전 10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은혜정원에 안장됐다.
마펫선교사 부부 유해 안장식은 마펫의 막내 아들인 샘 마펫(Sam Moffett)과 외손자 이안 테일러(Ian Taylor), 학교법인 계명대학교 정순모 이사장, 신일희 총장, 김권배 동산의료원장, 이세엽 동산의료선교복지회장 등과 지역 기독병원과 원로교수, 노회, 교회, 신학대학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송, 기도, 마펫 약전낭독, 조사, 유해안장과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유해가 안장된 은혜정원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순교한 선교사들과 그들의 자녀가 묻혀있는 외국인 묘지로, 계명대 동산의료원 내에 있다. 은혜정원은 서울의 양화진 외국인 묘지와 같은 순교 성지로, 12개의 12개의 묘석이 있다.
◇한국 의료선교에 큰 족적 남긴 마펫
마펫 선교사는 한국의 초대 선교사 사무엘 마펫 박사의 4남으로, 1948년 31세의 나이에 미국 북장로교 의료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다. 이후 45년간 동산병원장, 학교법인 계명기독대학 이사장,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협동의료원장 등을 역임하며 60병상이던 동산병원을 1000여병상의 대형 의료원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현대식 건물 준공과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 의사와 직원들을 해외에 유학 보내 선진 의술을 배우도록 지원했다. 또 간호대학을 설립하고 전액 무료로 교육시켜 1000여명의 간호인력을 배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최초로 병리기술학교를 설립하여 우수한 병리기사를 배출하는 등 인력 양성에도 다양한 공헌을 펼쳤다.
마펫 선교사는 부인과 함께 의료, 선교, 교육, 사회봉사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모금운동을 전개해 각 분야마다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6.25전쟁 후에는 고아와 집 잃은 난민들, 수많은 전쟁 미망인과 그 가족들에게 무료진료를 실시하는 등 헐벗고, 굶주리고, 병든 우리 민족에게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또 1964년에 애락보건병원을 신축하여 수많은 나병환자들에게 육체적 질병치유와 정신 계몽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1980년에는 동산의료원을 계명대학교와 병합하고 의과대학을 설립하여 의사와 의학자를 배출하는 우수한 의학 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마가렛 마펫 여사는 사무, 건축, 조경 등에 탁월한 지식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마펫 선교사를 내조하여 아름다운 결실을 도왔다. 마펫 여사는 날마다 해외모금을 위한 편지를 쓰고, 동산의료원 소식지를 만들어 발송했으며, 병원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집에서 접견하며 뛰어난 비서업무를 수행했다.
이날 참석한 샘 마펫(Sam Moffett)은 “아버지는 마지막 유언이 ‘대구는 나의 집’이라고 하셨을 만큼 떠나시는 날까지 동산의료원과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기도를 잊지 않았다. 아버지의 소원처럼 계명대학교와 동산의료원이 그 설립목적인 봉사정신과 복음전도를 언제까지나 최고의 가치로 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권배 동산의료원장은 “마펫 원장 부부는 편안하고 안락한 미국생활을 뒤로하고 태평양을 건너 혼란기였던 한국을 찾아왔다. 마펫 원장은 비록 돌아가셨지만 동산의료원 곳곳에서, 그리고 병들고 지친 이들의 아픔 가운데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