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굶주림에 백기…고양이·개고기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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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굶주림에 백기…고양이·개고기 허용

[한겨레] 이슬람 성직자들 율법해석 발표

2년반 내전에 식량·일자리 끊겨

‘이드 알 아드하.’(희생절)

신실한 무슬림이라면, 평생 한번은 이슬람력의 12월(두 알 히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로 성지순례(하즈)를 떠나야 한다. 순례 기간이 끝나면 명절이 이어진다. 이슬람의 쿠란과 기독교의 성서에서 모두 ‘믿음의 조상’으로 부르는 예언자 이브라힘(아브라함)이 첫 아들을 바치라는 신의 명에 기꺼이 따른 일을 기념하는 날, 곧 희생절이다.

‘단식의 달’인 라마단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와 더불어 이슬람권 양대 명절로 통하는 이날, 무슬림 가정에선 가축을 잡아 예배를 올리고 잔치를 벌인다. 이브라힘의 ‘복종’에 만족해 아들 대신 양을 잡도록 한 신의 뜻을 기리는 게다. 또 이날부터 나흘 동안 지니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이웃과 친지를 만나 축제를 이어간다.

세계 이슬람권이 명절 분위기에 들뜬 15일 내전의 땅 시리아에서 생경한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시리아 이슬람 성직자들이 수도 다마스쿠스의 고립 지역 주민들에게 일반적으로 무슬림들이 금기로 여기는 육류를 섭취하도록 허용하는 파트와(율법 해석)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동영상으로 발표된 파트와에서 성직자들이 허용한 ‘육류’는 고양이·개·당나귀 고기 등이었다.

최근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다마스쿠스 외곽 무아다미야 지역에선 주민들이 외부와 고립된 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지난 주말 이 일대에서 잠시 총성이 멎었을 때, 주민 수백명이 목숨을 걸고 피란길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비비시>는 파트와 내용을 따 “이는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울부짖음”이라며 “상황이 계속 나빠진다면, 산 자가 죽은 자를 먹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2년 반을 넘긴 내전으로 식량값은 치솟고 돈벌이는 끊겨,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선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무아다미야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이는 줄잡아 2000여명, 이 가운데 지난달에만 적어도 6명이 영양실조로 숨졌단다.

크리스토퍼 스톡스 ‘국경없는 의사회’ 사무총장은 <비비시> 인터뷰에서 “화학무기 폐기 작업에 나선 사찰단은 교전 지역도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식량 전달을 위한 구호 요원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절박하게 기다리는 식량을 전달하는 것보다, 화학무기 폐기가 우선시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도 알타드몬과 구타 등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에선 정부군의 공습과 반군의 포격이 이어졌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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