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노예시장, 실제로 소녀들 사고팔아”
ㆍ인신매매 학자·인권단체 “보코하람 표현 과장 아니다”
ㆍ아프리카·중동 피해자 3명 중 2명 미성년… 법조항 미비
276명의 나이지리아 여학생을 납치한 보코하람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가 동영상에서 “소녀들을 노예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셰카우가 주목을 끌기 위해 ‘노예시장’이란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신매매 범죄 전문가인 벤저민 로렌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는 “서아프리카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미성년자들을 사고파는 암시장을 몇 시간 만에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면서 “미성년자들이 팔려갈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노예시장의 이미지는 현실”이라고 지난 7일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납치된 사람들이 소나 닭처럼 도열한 채 앉아 자신을 사갈 사람을 기다리는 시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아프리카의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2010년 서아프리카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의 3개 도시를 방문한 후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관계자들은 조직적인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돼 온 여성 30여명을 발견했다. 상당수는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돼 코트디부아르까지 끌려온 15~17세의 소녀였다. 헤어디자이너나 재단사 일자리를 알선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돈을 벌기 위해 따라왔다가 성노예로 전락한 소녀도 있었다. 소녀들은 조사단에 “납치범들은 우리가 도망가면 가족에게 해코지를 하겠다고 계속 협박했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이 납치한 여중생들을 코트디부아르에서 발견된 소녀들처럼 전문 인신매매 조직에 넘기거나 직접 시장에 내다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미성년자 인신매매를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이 2012년 발간한 ‘글로벌 인신매매 보고서’를 보면, 전체 인신매매 건수 중 미성년자 인신매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3~2006년 20%에서 2007~2010년 27%로 늘어났다. 특히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는 전체 인신매매 피해자의 3분의 2 이상이 미성년자들이다. 또 인신매매 미성년자 3명 가운데 2명은 소녀이며, 이들 대부분은 성노예 목적으로 거래된다.
아프리카 지역의 미성년자 인신매매 비율이 높은 이유는 기본적인 인신매매방지법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인신매매방지법이 없거나 불충분한 국가는 모두 28개국인데, 이 가운데 60%에 이르는 16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 덕분에 그나마 최근 들어 인신매매 처벌 강화에 나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보코하람처럼 국가의 치안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테러집단이 활개를 치면서 실제 법 집행은 요원해지고 있다. 유니세프의 수전 비셀 아동보호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20만명의 미성년자가 인신매매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는 성매매 목적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이는 크게 축소된 숫자일 뿐 비밀리에 거래되는 미성년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