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하 목사의 인도 이야기 – ‘에벤에셀’(2013년 5월 다섯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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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이번 주는 그냥 푹 쉬었습니다. 아직 학교도 개학을 하지 않았겠다, 격렬했던 저번 주를 뒤로하고, 한주 금식에 대한 보식(죽)도 하고 모처럼 가족들과의 시간도 보냈어요. 특히 목요일(30일)에는 정말 아무 일정 없이 가족들과 누워서 에어컨 바람만 즐겨도 보았습니다. 

휭 휭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를 보며,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 한 지붕 아래서 낮잠을 청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지요. 그러면서 이게 얼마만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번 주야 시골지역(콜라푸르) 전도여행 기간이었죠. 그 전 주는 정신없는 재정착의 시간들이었구요. 

그 전에는 한국에 한달쯤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목사 고시(총 3회중 2회째를 끝냄)라는 큰 산을 넘자마자 거의 가족 얼굴 볼 사이 없이 극동방송과 전국 곳곳의 교회, 집회, 군부대를 다니며 설교, 강연, 보고, 방송 출현을 했습니다. 인도로 오는 비행기를 탈 즈음에는 거의 만신창이가 되었었죠. 

그 전에는 거의 육 개월을 가족 없이 혼자 보내며, 홀로 씨름을 했었습니다. 가족이 인도로 돌아오게 될 날을 위해 이것 저것 행정적인 준비도 해야 했고,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사 놓고 설치하고 정리하며.. 또 외로움과 싸웠습니다. 아내 역시 한국에서 둘째를 출산하고 남편 없이 산후 조리 하고 석정이 키우느라 힘들었죠. 

그 전에는 가족과 함께 인도에 있었지만, 거의 두 달여를 공숙자 목사님의 좁은 집에서 열 몇 명이 무더위와 싸우며 아무런 프라이버시 없이 공동생활을 했었습니다. 언제나 행정 업무가 다 끝나서 우리 집에 들어가 보게 될까 하면서 말이죠..(결국 아내는 이사 마치고 딱 한주 우리 집에 있어 본 후 임신 9개월로 첫째 애를 데리고 한국에 들어가야 했었죠.) 

그 전에는 한국에서 인도로의 출국을 준비하며 비자 만들러 뛰어 다니고(많은 고생과 간증이 있었죠.) 온갖 세간을 다 정리하여 박스에 싸서 인도로 부쳤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당시 돌이 갖 지났던 석정이가 자기가 좋아하던 장난감들이 비닐에 쌓여 박스에 들어가는 걸 보며 “우우 우우”하며 서운해 하던 장면이에요.. 그것들이 바다를 건너 결국 인도 우리집에 도착하자마자 석정이는 임신한 엄마와 한국에 갔다 왔으니.. 석정이의 품에 돌아온 게 겨우 그저깨 즈음이네요. 석정이와 장난감들 사이에는 ‘잃어버린 1년’의 갭이 있습니다. 아빠와도 생의 거의 1/3을 떨어져 있었구요. 

그 이전까지 기억을 돌려야 옥토교회의 부목사와 하늘꿈 새터민 학교의 교사, 소속목사로서 나름 바쁘지만 안정되고 행복하게 주님의 백성 가운데서 일상을 누렸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 100년 전 쯤 이야기 같네요. 넘고 보니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은 정말 인생 최대의 고비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자전거 하나 끌고 슬럼도 뚫고 다니고 스리랑카 선교사 대회니, 뉴질랜드 집회니 바쁘게 해 주신 것도, 사실 외롭고 무거운 시절을 보내야 했던 저희를 위한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배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긴장과 격변 속에서 보낸 우리 가정의 ‘계엄 상태’가 10개월 만에, 저번 주 부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야 ‘에벤에셀’ –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도우셨다! 는 것을 고백하며 선풍기와 에어컨, 인터넷을 즐기며 장모님께서 만들어 주신 한국 음식과, 석정이와 송정이의 밝은 웃음소리, 아내의 미소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정말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님의 크신 은혜입니다. 

장모님이 계시니까 아이들도 아내도 너무 좋아합니다. 김치도 불고기도 만들어서 우리도 먹고 다른 선교사님들께도 가져다 드리구요. 이명길 선교사도 매일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습니다. 대 가족이 출동하여 외식도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에어컨이 잘 나오는 짚차(Inova) 한 대를 랜트하여 장모님과 온 가족이 시내 투어를 다녀올 생각입니다. 

물론 마음이 완전히 편한 것은 아닙니다. 공개적인 기도편지로는 나누기 힘든, 사역 안의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저희 사역 안에 하나님의 임재와 치유, 은혜가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또한 제가 공동체 안에서 가장 겸손하고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저희의 비자가 거의 만료 되어 갑니다. 변호사는 한번에 1년씩 10년간은 문제없이 연장이 가능하다고 장담하지만, 비용이 처음 이야기 했던 것 보다 더 많이 들 것 같다고 합니다. 또 집 계약도 연장해야 하는데, 통상 이 지역에서는 1년에 10%씩 월세를 올린다는군요. 이런 저런 생활의 스트레스에 복음을 향한 열정과 에너지가 잠식되지 않기를 기도해 주세요. 저번 주 전도여행처럼, 복음의 영광스런 현장에 사는 종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이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주님의 평화!

ps. 1

사진은 작년, 인도에 도착한 직후 첫날에 찍었던 행복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ps. 2

탈북하여 라오스까지 왔다가 북송된 우리 아홉 명의 형제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문철 23살, 정광영 20살, 백영원 20살, 류광혁 19살, 박광혁 18살, 
이광혁 18살, 류철룡 16살, 장국화 16살, 노애지 15살 

그들은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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