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첫 직분을 맡다.” – 원정하 목.사의 인.도 이야기(2014년 1월 다섯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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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첫 직분을 맡다.” – 원정하 목.사의 인.도 이야기(2014년 1월 다섯째 주)

지난 주 주일 예배 광고 때, 저는 마히마 교.회 청년부 담당 목.사로 정식 임명을 받았습니다. 청년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쳐 주었지만, 제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좀 더 오랫동안 돕는 자의 위치에 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슬럼 심방을 가던, 전도 집회를 하던, 전도 여행을 가던.. 저는 기.도하며 동행하고, 할 수 있으면 짐이라도 나눠 들며 간식이라도 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간혹 기.도나 설교, 성찬식 등을 부탁받으면 하구요. 왜냐하면 인.도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리더쉽이라도 외국인이 취할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최고의 ‘충성하며 돕는 자’가 되겠다는 묵상과 기.도를 해 오던 요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청년부 담당 목.사라니요. 

첫째, 우리 청년들의 대부분은 슬럼 출신입니다. 제 일천한 힌디 실력과 그 녀석들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합쳐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통역 없이 영어 설교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통역해 줄 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청년부를 인도하고 영적인 케어를 해 나갈 수 있을까.. 또 하나는 제가 지금까지 교회 안의 다른 리더십과 거의 충돌이 없었던 이유는 제가 철저히 돕는 자의 위치를 고수해 왔기 때문인데, 제가 리더십을 갖는 부분이 생기면 분명 의견이 다른 부분도 생길 텐데 그걸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없을 때에도 인.도에는 교단이 있고 교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와서 100명이 하던 일을 101명이 할 수 있게만 되어도 주님과 교회에게는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지요. 제가 해서 잘 하면 인도인이 아닌 외국인이 해서 잘 했던 게 될 수 있고, 제가 해서 못하면 자칫 없었던 게 나았던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응원군, 즉 인도 교회에 ‘가세’한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히마 교회에서 저에게 맡긴 일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분야였습니다. 바로 성경을 가르치는 것. 사실 우리 교회는 전도, 심방, 예배, 기도에 모두 강하지만 워낙 다이나믹하고 유동성이 큰 공동체다 보니 교인들의 성경 공부 시스템이 비교적 부족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며, 혹 잘못하더라도 워낙 기존에 해 오던 게 없으니 원래 보다 크게 손해 볼 게 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 청년들의 성경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직분이 맡겨지고 첫 임원회의 때, 저는 청년회장 피터와 담임 목.사님 아들 조니 등 리더 몇몇을 모아 성경을 펴 놓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초대교회 때, 사도들은 모두 히브리어(아람어)를 쓰는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모인 사역 대상자들은 지금의 영어나 다름없는 헬라어를 쓰는 유대인이었다. 즉, 사도와 성도들 간에 말이 안통하고 문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도와 집사를 따로 세운 것이다. 집사를 통해 언어와 문화 장벽을 넘을 수 있었고, 실질적인 행정 업무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마히마 교회도 이렇게 하자. 너희는 집사가 되어 사역과 행정을 맡아다오. 나는 사도처럼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겠다. 특히, 성경을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치는데 수요일을 모두 사용하겠다.”

그리고 첫 번째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모이고, 저는 인도를 처음 밟았던 2001년부터 어제까지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인 팀원들의 리더가 되어 인도를 밟은 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인을 대상으로 설교나 사역을 한 경험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목자로서 책임져야 할 인도인 양을 맡아본 적은 처음입니다. 지난 14년의 준비가 이날을 위한 것 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설렘이 섞이더군요. 

본격적인 커리큘럼에 따른 성경공부는 다음 주 부터 하기로 하고, 첫 주는 한국에서도 중고등부나 청년부 사역 시에 종종 하던 “오픈 Q and A” 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각자가 평소에 성경이나 신앙생활, 교회 등에 대해 궁금하던 것을 적어(자기 이름은 적어도 되고 안 적어도 됨) 가운데 바구니에 넣으면, 저는 하나씩 뽑아서 그 질문을 읽어주고 청년들이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질문의 경우 제가 대답을 하고, 저도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다음 주에 더 공부해서 나누어줍니다. 혹 여러 사람에게서 공통적인 궁금점이 나올 때는 회중 설교 때 그 주제로 나누지요. 

“어떻게 하면 잘 전도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제 삶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요?”, “선악과는 왜 만드셨나요?”, “히브리서는 누가 썼나요?”, “열두 사도 중 안 유명한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요?”, “, ”씨 뿌리는 자의 비유가 이해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답하면서, 한시간 반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듣고 대답하고, 말씀을 찾아보고 기도하면서 직분자로서의 생애 첫 인도를 마쳤습니다. 

때마침 엊그제 노재성 전도사가 뭄바이에 왔습니다. 한 달간 함께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노재성 전도사는 감리교 신학대학원에서 수석을 하고, 옥스퍼드 입학 허가 까지 받았던 수재로 무엇보다 저명한 성경교사 조병호 박사님 밑에서 성경을 통으로 읽고 가르치는 것을 철저히 배운 인재입니다. 이제 한 달간 함께 생활하며 선.교 현장을 함께 나누는 한편, 마히마 청년부를 위한 성경 공부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배워보려 합니다. 

저희 청년들에게 매주 수요일이 말씀의 깊은 생수를 길어내는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우리 멤버도 늘고, 장소도 더욱 좋아질 수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새해 인사 드립니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복이 충만한 새해 되길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

 

ps. 
혹시 사진이 안 보이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거나, 첨부된 한글 파일을 봐 주세요. 
http://cafe.daum.net/tia2020/9eEz/4994?sns=facebook
ps. 2

저희 사역과 인도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오프라인 중보기도 모임(인도 비전그룹)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열한시에 서울 4호선 상계역(또는 7호선 중계역) 근처 옥토 감리교회에서 12년째 모이는 중입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김영수 전도사님(01064896926)이나 정덕영 목사님(01056565812)께 연락 주세요!


원정하 목사 트위터 : https://twitter.com/RevWonJH

원정하 목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jonah.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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