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현장변화에 따른 선교훈련의 변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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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현장변화에 따른 선교훈련의 변화 요구

안희열 교수 (침신대 선교학)

들어가는 말

“선교훈련은 올바른 선교의 시작이다!” 이는 선교훈련이 선교사로 하여금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주는 청사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80년대 중반 바울의 집에서 처음으로 선교사 훈련을 실시하여 어언 20년의 세월이 지나오면서 한국의 모든 선교단체들이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외적·내적 요인으로 인해 선교 강국이 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선교훈련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도 서구식 훈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한국교회는 삼상 17장에 기록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윗이 블레셋 전투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은 갑옷과 투구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한 경험과 도구와 방법을 가지고 나갔을 때 골리앗을 물리친 것처럼 한국교회는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서구식 훈련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한국적이며 우리의 혼(魂)이 담겨져 있는 선교사 훈련은 마치 선교지에서 만날 수 있는 거대한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한국 선교사가 만나게 되는 거대한 무슬림, 힌디인, 그리고 불교인들을 무너뜨리고 주님께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다윗이 오랫동안 사용한 자신만의 무기인 “매끄러운 돌 다섯”(삼상17:40)을 준비해야 한다. 본고(本稿)에서는 필자가 세계선교훈련원(WMTC)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날 한국교회의 선교훈련의 특성을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창조적이며 경쟁력 있는 선교훈련의 정신을 소개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한국교회를 향해 한국적(韓國的) 선교훈련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지 교단 선교부와 전문 선교단체와의 선교훈련의 차이점이나 독특성을 고찰하지 않음을 미리 밝혀 둔다.

1. 과거 선교훈련의 특성

바울의 집에서 시작한 한국교회의 선교훈련은 강의와 수업 위주의 훈련이 주류였다. 한 마디로 주입식 위주의 형식적 훈련(formal training)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가 선교훈련 초창기라 강사나 강의실 등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 당시는 모더니즘(modernism)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 어디서든지 남이 시키는 일에 무조건 순종하며 일하던 때였다. ‘하나의 진리’(one truth)를 믿고 따르던 시기다 보니 선교훈련 자체도 자연스럽게 전달식 위주의 강의였다. 이 때에 GMTC에서 실시한 공동체 생활은 시대를 앞서 간 훈련이었고,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WMTC 역시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선교사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선교단체는 재정적으로 열악하여 강의식 훈련을 통해 선교사를 배출하여 왔다. 한편으로는 형식적 훈련이 선교사를 짧은 기간 내에 많이 배출하게 되어 한국교회가 근대선교 20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선교대국이 되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런데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였다고 자랑하지만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교사들로 한국교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왜 그럴까? ‘지식’(knowledge) 훈련은 잘 받았지만 ‘마음’(heart) 훈련은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머리에 선교적 지식은 가득하나 영적, 심리적, 가정적, 육체적 훈련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선교사들 사이에 동료 간의 갈등이 선교사가 중도 탈락하는 첫 번째 이유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 오늘날 시대적 특성과 선교현장

21세기는 ‘나’ 보다는 ‘당신’을 존중하는 시대이다. 포스터모더니즘(postmodernism)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것을 거부하고 다양성(variety)을 수용하는 시기다 보니 남의 소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차이(difference)를 인정해줄 것을 강요한다. 모더니즘 시대의 선교사들은 인내를 미덕으로 삼고 한 가지 진리를 성취하기 위해 참고 견디는 것을 잘해 왔다. 한편으로 이런 정신이 한국선교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 허입되는 젊은 선교사들은 다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똑같은 것에 빨리 싫증을 내고 비합리적이며 비본질적인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선교지의 상황은 어떠한가? 모더니즘 사상으로 가득 찬 선임 선교사들이 지난 20년 동안 사람을 세우고 교회를 개척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이들은 마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이 현지인 교회를 세웠고 현지인에게 사역을 위임(leaving)하고 있다. 데이빗 헤셀그레이브(David Hesselgrave) 박사가 주장한 것처럼 선교지에서 현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성경이 아니라 바로 선교사라 하였다. 필자 역시 헤셀그레이브 박사의 말에 동의한다. 선교사의 정신이 현지인에게 강하게 전수되기 때문에 대다수 한국 선교사들로부터 훈련을 받은 현지인들은 모더니즘 선교사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고민은 선임 선교사와 후임 선교사간의 세계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선교훈련에 반영되어야 효과적인 훈련이 될 수 있다.

3. 한국교회를 향한 선교훈련방안 제시: ‘WOA’ 원리

오늘날 한국교회는 포스터모더니즘 정신과 어울리는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모더니즘 정신이 선교훈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선교훈련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본고(本稿)에서 선교훈련의 어떤 정책이나 전략을 소개하기 보다는 정신(spirit)을 소개하고 싶다. WTMC를 운영하면서 늘 고민하며 경쟁력 있는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필자의 흔적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이를 ‘WOA’ 원리라 명하고 싶다. ‘WOA’ 원리란 한국교회가 선교훈련에 추구해야 할 세 가지 원리로 통합적 훈련(Wholistic Training)에서 W, 맞춤형 훈련(Ordered Training)에서 O, 그리고 실제 중심의 훈련(Application-oriented Training)에서 A를 따온 말이다.

1) 통합적 훈련 (Wholistic Training)

요즘 한국교회의 선교훈련은 전형적으로 ‘Know’(타문화이해)와 ‘Do’(사역기술) 중심의 훈련을 하고 있다. 모더니즘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진리를 전달하는 훈련이다 보니 대부분의 훈련은 강의 위주이고 토론이나 웍샆 혹은 삶을 변화시키는 공동체 훈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선교사는 ‘Know’나 ‘Do’를 먼저 습득하기 이전에 ‘Be’(인성)에 관한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선교사의 자기이해, 부부관계, 가족생활, 인간관계, 갈등해결능력, 건강, 공동체생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훈련을 간과할 경우 마치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선교사는 영성(靈性)으로 시작해서 인격(人格)으로 마쳐라”고 하지 않았던가! 교단 선교부이던 전문 선교단체이던 선교사의 인성을 먼저 터치하고 난 뒤 선교적 지식과 사역기술을 가르쳐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통합적 선교훈련을 잘 감당하기 위해 ‘수레바퀴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Be와 Know와 Do가 수레바퀴가 돌듯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고려해할 사항은 Be와 Know와 Do의 분배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지가 고민거리다. WMTC의 경우(특히 장기선교사훈련) 훈련기간의 전반부와 중반부와 후반부에 Be와 Know와 Do의 분배를 달리하고 있다. ‘Be’(인성)는 전반부에 훈련을 많이 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줄이고, ‘Know’(타문화이해)의 경우는 전반부는 적게 다루다가 중반부에는 많이 하고 후반부 역시 약간만 다룬다. 반면 ‘Do’(사역기술)의 경우는 전반부는 적게 하다가 점차 후반부로 가면서 훈련강도를 높인다. Be와 Know와 Do의 훈련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 통합적인 결과를 얻고자 하기 위함이다.

2) 맞춤형 훈련(Ordered Training)

일반적으로 선교훈련을 받는 자들은 신학을 한 자와 하지 않은 자, 선교 경험이 있는 자와 없는 자들로 구분되기 때문에 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훈련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선교훈련원에서 훈련생의 평균치를 고려해 커리큘럼을 작성하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이 훈련의 경우 훈련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에 따라 오지 못하는 자들이 있어서 훈련시키는 자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커리큘럼 작성하기도 쉽고, 재정 지출도 줄이고, 강사 섭외 등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오전에 필수 과목을 오픈하고 오후 시간에는 선택과목을 배정해 맞춤형 훈련을 실시하길 바란다. 자신의 역량에 따른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사와 강의실, 그리고 재정이 확보되어져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하지만 훈련생의 필요를 채워주는 맞춤형 훈련은 그 효과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이다.

또한 선교훈련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단기와 장기 혹은 디아스포라 선교사 훈련을 받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기 선교사라 함은 2년 이상 해외에서 사역하는 공식 선교사로 이들은 2년 사역을 마친 뒤 자신이 장기 선교사로 헌신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WMTC의 경우 약 30~40% 정도가 단기에서 장기로 헌신한다. 단기 선교사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은 선교사 소명, 언어습득, 팀웍(teamwork)에 집중을 하고, 4년 이상 사역하는 장기 선교사일 경우 타문화권 제자훈련, 타문화권 교회개척, 리더십이 핵심을 이루어야 한다. 반면 한인교포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디아스포라 선교사 훈련에서는 목양(caring), 자녀교육, 선교동원이 커리큘럼의 핵심이 될 때 그 효과가 크다. 이처럼 선교 훈련가는 선교훈련을 받는 대상에 따라 맞춤형 훈련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3) 실제 중심의 훈련 (Application-oriented Training)

선교훈련은 이론(theory)보다는 실제(practice)에 집중되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선교훈련은 초창기에 이론 중심의 훈련이 다반사였다. 풍부한 선교경험을 지닌 자들이 없기 때문에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식의 이론 훈련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는 지난 20년간 1만 8천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 강대국이어서 각 권역별로 탁월한 선교사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선교 훈련가는 커리큘럼을 짤 때에 각 권역별로 뛰어난 선교사들을 협력교수제로 활용해 운영해 나갈 것을 권하고 싶다. 이들은 풍부한 선교경험을 지니고 있고, 또한 10년 이상 사역을 한 터라 박사 학위 소지자도 많아서 이론과 실제 경험을 훈련생들에게 전달하면 그 효과는 아주 높다. WMTC의 경우 종전에 안식년 선교사에게 집중되었던 강의를 협력교수제를 실시함으로 커리큘럼 짜는 것이 훨씬 용이해 졌다. 안식년 선교사의 경우 한 지역에 치중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시간 배정이 자꾸 변하기 때문에 불편했는데 협력 교수 선교사에게 먼저 중요한 강의를 배정하면 나머지 강의를 손쉽게 짤 수 있다. 이러한 협력 교수제는 선교사를 넘어서서 선교 지향적인 목회자까지 확대되는 것이 좋다.

나가는 말

한국교회의 선교훈련은 이제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짧은 기간 큰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파송전 훈련”(pre-field training)에만 집중해 왔는데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왔다. 그것은 “선교지 적응훈련”(in-field training)과 “선교사 연장훈련”(extension training) 이다.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쌓아온 선교 노하우와 교회성장은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이런 의식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더욱이 매년 안식년으로 돌아오는 선교사 수는 급증하고 있어서 이들을 케어하고 돌볼 연장훈련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모국으로 돌아온 선교사들이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쉼을 얻고 회복을 받아 그 다음 2기 사역을 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세일(sale)한 물건에 하자가 있을 시 A/S를 하듯이 이제 한국교회는 선교사 연장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다만 한국교회는 21세기 세계선교를 위해 어떤 유형의 선교사를 배출할 것인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필자는 다윗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늘 사용하였던 물맷돌로 거목 골리앗을 넘어뜨렸다. 그렇다. 한국 선교사가 넘어야 할 골리앗은 누구인가? 바로 10/40 창 지역에 있는 수많은 무슬림, 힌디인, 불교인들이다. 다윗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골리앗을 넘어뜨린 것처럼 선교사들이 훈련을 통해 이러한 믿음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 나아가 다윗의 최종 목적은 바로 모든 열방이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그분에게 경배토록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선교훈련을 통해 골리앗 같은 이방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윗 같은 선교사를 배출한다면 21세기 한국선교는 희망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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